야설

묻지마-갈 데까지 간 여자 (4)

야오리 2,020 2018.12.14 10:42
요즘은 연말이 예전 같지 않다. 크리스마스 거리의 시끌벅적함 같은 것도 먼 추억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경제가 어려워져서일까? 그런 것 같진 않다. 내 보기에 크리스마스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우리가 연말을 덜 즐기게 된 게 아니라 즐기는 방식이 달라져서다. 옛날에는 크리스마스가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즐기는 날이었다. 그래서 가족한테 주는 선물 쇼핑의 백화점, 친구들과 어울려 누비는 길거리가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21세기의 우리는 그 날들을 연인들과의 은밀한 이벤트로 대체하였다. 그래서 백화점 인근과 거리가 조용한 대신 눈에 잘 안 띄는 데이트 코스들이 포화상태다. 커플마케팅이 모든 걸 삼켜버렸다고 해야 할 텐데, 어쨌든 우리는 다같이 떠들썩한 연말 대신 연인과의 폐쇄적인 시간과 소비를 선택한 것이다.  대략 이와 같은 소리를 전화통에 대고 관호한테 일장연설로 늘어놓았다. 이 녀석이, 그것도 올해엔 애 아빠도 되어버린 주제에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 집에나 찬희랑 함께 오겠단 거다. 제 정신인가! 아무리 크리스마스가 폐쇄적인 데이트와 알고 보면 성욕(그것은 또 소비욕하고도 연결되기 때문에 장사꾼들이 좋아한다. 크리스마스의 실제 의미 중 반 정도는 그 때문일 것이다)을 위한 주간이 되었다 해도, 그만큼이나 인문학을 공부했다는 우리까지 그래서야 되겠느냐 이거다.  관호는 가족과의 시간은 25일 하루 종일 투자하면 된다고 한다. 정말로 어지간히 내 아내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 보다. 하기야 아이가 태어난 이후 녀석의 와이프가 양육에 너무 매달려서 그만큼 많이 굶게 된다고는 했다. (녀석은 전업주부인 지 와이프의 집안일을 그렇게 열심히 도와줄 타입이 아니다) 나는 전화통이지만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그럼 25일은요?”  급하긴 급하구나! 그래도 나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하자니 또 놈이 불쌍하단 기분도 든다.  “과 엠티가 언제라고 했지?”  “29, 30일이요.”  “선영이도 거기 가기로 했으니까 그 때는 피해서...... 27일은 어때? 무슨 요일이더라? 여튼 그 날 저녁에 괜찮냐?”  “예. 찬희도 괜찮을 거예요.”  녀석은 행여 내 마음이 바뀔세라 얼른 날짜와 시각을 확정해 버린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는다. 사실 크리스마스 주간에 안 된다고 한 건 관호의 가정사를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그 날 다른 예정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봉사와 나눔의 주간이기도 한 것이다.    12월 24일 밤, 우리는 고양시 인근의 한 군부대 근처에 갔다. 군부대 근처는 왜 이렇게 추운 건지 모르겠다. 올 겨울은 기상이변이라 불릴 만치 따뜻한데, 기상이변도 군부대 특유의 한기는 어쩔 수 없나 보았다. 나는 차의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면서 조수석의 아내에게 춥지 않느냐 묻는다. 아내는 고개만 젓는다. 외투 깃을 턱까지 치켜 올린 옆모습이 파랗게 굳었다. 차안 히터는 멀쩡하게 돌아가니까 추위 때문은 아니다.  차 뒷문이 열린다. 김상종 소위다. 아내의 어깨가 눈에 띄게 흔들리는 게 보인다.  “오셨군요. 막히지 않던가요?”  “하행선은 괜찮더라고요. 그나저나 크리스마스인데 부대에서 나가지도 못 하고 고생이시네요.”  “그럴 리가요. 이렇게 선영 씨가 와 주셨는데.”  김 소위가 아내 쪽을 보며 웃는다. 아내는 그와 시선을 맞추지 못 한다. 웃느라 드러낸 김 소위의 이가 왠지 뾰족해 보인다. 점잖고 지적으로 보이는 그의 안에는 아내를 향해 군침을 흘리는 짐승이 한 마리 도사리고 있다.  “이렇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지요. 애들이 어제는 하나같이 잠을 못 자더라고요.”  그렇다. 아내는 그와, 저 안 ‘애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나는 웃는다.  “역시 산타 외투를 살 걸 그랬다니까요. 아니면 산타클로스 수영복이라도 말이에요. 그걸 그렇게 촌스럽다고 마다하냐. 군인들은 오히려 그런 걸 좋아한다니까 말이야.”  아내가 내게 눈을 흘긴다. 김 소위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헤벌쭉 벌린 입을 다물지 못 한다. 나는 내친김에 김 소위를 좀 더 즐겁게 해주고 싶다. 어쨌든 저들은 국방의 의무를 위해 연말도 (자의로든 타의에 의해서든) 반납한 청년들이 아닌가.  “산타 옷을 준비 못 한 건 아쉽지만, 선물해 준 옷 참 예쁘더라고요. 제법 어울리던데. 선영 씨, 한 번 보여줘 봐.”  아내가 나를 쳐다본다. ‘꼭 여기서 그래야 해?’ 하는 시선에 나는 ‘어차피 들어가면 다 보여줄 거잖아’ 라는 눈빛으로 답한다.  결국 아내는 천천히 외투 단추를 푼다. 김 소위는 그런 아내의 손길을 노려보면서 거의 숨도 쉬지 않는다. 차 안 공기가 후끈 더워지는 것 같다.  오늘 아내의 외투는 많이 두텁다. 군부대가 추울 것 같아서는 아니었다. 외투 안에 그녀가 걸친 것이 단 한 겹뿐이기 때문이다. 그 한 겹은 바로 김 소위가 일부러 골라 선물한 옷이다.  그 옷은, 망사라 표현하기도 낯부끄럽다. 그냥 ‘그물 옷’이라 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정말로 어망을 몸에 둘둘 만 것 같다. 집에서 그 옷을 입으면서 아내는 ‘뭐야, 색깔만 빨가면 그냥 귤 포장이잖아!’ 했었다.  그렇다. 이 옷은 검은 색의 귤 포장이다. 아내는 포장된 귤이다. 성근 그물 사이로 아내의 젖꼭지가 튀어나왔다. 집에서 나오면서 내가 손수 유두를 잡아 그물 사이로 노출되게 만들어놓았다. 김 소위가 아까는 숨소리도 내지 않더니, 이번에는 숨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낸다.  “제대로 보여드려.”  아내는 한숨을 쉬면서 조수석에서 몸을 돌린다. 그리고 외투 깃을 열어 김 소위에게 그 안을 훤히 보여준다. 그 모습이 내게는 여학교의 ‘좆내논’을 연상시킨다. 그녀의 젖꼭지가 빳빳이 고개를 들었다. 백미러로 김 소위의 상기된 얼굴이 보인다.  “보기 좋은데요.”  김 소위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옷이 질감도 괜찮더라고요. 한 번 보세요.”  김 소위는 사양하지 않고 아내의 몸에 손을 가져간다. 아내는 외투 옷깃을 양손으로 잡아 연 채 눈을 감는다. 그의 손끝이 망 사이 유두를 스치매 그녀는 몸을 바르르 떨게 된다. 김 소위의 손은 갈퀴처럼 그물 옷을 훑으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그물 옷은 아내의 쇄골뼈 아래 모든 피부를 감쌌다. 심지어 스타킹을 겸하여 발끝까지도 그물이다. 다만 한 부분 그물이 덮지 않는 부위가 있다. 그녀의 사타구니다. 그물 옷은 정확히 그녀의 음모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허벅지까지가 가위로 도려낸 것처럼 열려 있다. 원래 그렇게 디자인된 건지 김 소위가 잘라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 적절하다 싶었다. 이런 옷에 흥분해 버린 남자가 저 신축성 있는 옷을 몸에서 벗겨낸 후에야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참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김 소위의 손은 본능처럼 바로 그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아내가 ‘아!’ 외침을 입안으로 삼킨다.  “부드럽게 젖었네요.”  김 소위가 말한다. 말을 하면서도 그 사이에 들어간 손을 멈추지 않는다. 아내가 입술을 깨물며 조수석 등받이에 몸무게를 싣는다.  “한 번 풀고 가실래요?”  김 소위의 손길이 애무로 바뀌매 내가 묻는다.  “아뇨...... 들어가야죠. 애들이랑 같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아내의 아래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 한다. 한참을 망설이다 아쉬운 듯 군복 자락에 손가락을 닦아내는 그의 자제력, 군인정신이 존경스럽다.  “어떻게, 들어와서 커피라도 하시겠습니까?”  김 소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젓는다. 오늘은 저들의 날이다. 아내는 저들을 위한 선물이다.  아내가 겁먹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눈웃음으로 그녀를 보낸다. 내 아내가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린다. 벗은 것 이상으로 몸을 드러내는 그물 옷 위에 외투 하나만을 걸친 채 아내는 내 곁을 떠나 어두운 바깥으로 나아간다. 아릿한 것이 내 심장을 도려낸다. 길가 양쪽에는 겨울 논밭이 있고, 길을 따라가면 부대 정문이 있다. 부대 안에는 대략 일개 분대의 청년들이 아기 예수대신 내 아내를 기다린다. 나는 내 아내를 검은 그물로 예쁘게 포장까지 해서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군부대 근처는 왜 이렇게 추운 건지 모르겠다. 차안에 갇힌 채 내 몸이 덜덜 떨린다. 감기에 걸린 듯 내 얼굴이 온통 열에 들뜬다.    그곳을 ‘군부대’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엄밀히 말해 그곳은 부대 편제의 주둔지가 아니라, 인근 부대에서 관리하는 군 사격장이다. 소총과 기관총 사격을 위한 시설들이 있는데 사격 훈련이 없을 때는 대게 텅 비었다. 하지만 그런 시설이라도 관리는 해 주어야 하니까, 사격장을 사용하는 인근 부대들에서 돌아가면서 한 분대씩을 파견하여 나름 근무도 서고 설비 관리도 한다. 사격장이랬자 거기에 총기나 탄약이 보관되는 것도 아니고 설비랬자 과녁이나 집계 시설 정도니까 그렇게 엄격한 근무 관리는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니 파견되어 오는 분대원들한테는 일종의 ‘껀수’로 치부될 법한 근무 기간일 수 있겠다.  “몇 명이나 있던?”  “네 명. 원래 일곱 명이래. 근데 세 명씩은 막사에 있을 수가 없댔어. 한 명은 전화를 받아야 하고 두 명은 보초를 서야 한다나. 그래서 나중에 한 명씩 나가고 다른 애들로 교대되더라.”  그렇다면 김 소위까지 해서 여덟 명. 맙소사 최고기록 갱신인가!  “아는 애들 있었어?”  “장성준이랑 정기호, 걔네가 벌써 상병이라더라. 김정선은 다다음주에 제대래.”  장성준은 작년에 모 민박집에서, 아내로부터 난생 처음으로 여체를 접하게 된 아이다. 기호는 그날 밤에 아내를 처음으로 느끼게 만들어주었었다. 기호는 당시에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흥분된 분위기에서도 나름 애인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 하는 녀석의 모습에 아내는 이상하게 몸이 달았단다. 아내는 그 녀석에게 ‘나를 여자가 아니라 자위행위 대상으로 생각해요. 나는 그냥 정액을 받아주는 사람이니까 여자친구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라 속삭였었다. 그날 무려 여섯 명을 몸에 받으면서도, 결국 기호가 아내 안에 사정하던 순간만큼 느껴지던 때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들의 막사로, 내 아내는 몸에 망사만을 걸친 채 들어갔던 것이다. 스무 살의 남자들이, 그들끼리만 먹고 자고 씻고 하는 금녀의 구역으로. ‘부드럽게 젖은’ 아랫도리를 가지고.  나 자신의 군 시절을 기억한다. 처음에야 낯설고 힘든 생활에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지만, 그곳이 익숙해지고 난 이후 조금이나마 한가한 밤에는 남자들끼리만의 공간에서 얼마나 외로웠던가. 그 삭막한 공간에 누군가, 부드럽고 따스한 피부의 여성이 찾아와 주는 건 우리 모두의 한 환타지였다. 그곳에서 여자의 맨살은 사진으로조차 금기였다. 그물 옷 차림의 아내라면 그들에게 진짜 산타클로스 이상으로 꿈같은 일이었으리라. 아니, 내 아내는 산타클로스였다. 덩치만 큰 아이들의 막사에 몸소 찾아와 준 천사라고 해야겠지.  그리고 그 천사는 옛날이야기에서와 달리,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해 준다. 그들의 진짜 소원을 이루어준다.  “원래 군대에 알몸점호라는 게 있어?”  나중에 아내가 내가 물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제대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사이 그런 괴상한 방식이 생기기라도 했단 말인가?  “어쨌든 그런 걸 한다고 했어. 김상종 씨를 따라 걔들이 자는 데로 들어갔지. 그런 데 직접 들어가 본 여자가 나 말고 또 있을까? 테레비에서 본 거랑은 조금 다르더라. 이상한 건 걔들이 죄다 벌거벗은 채로 차렷자세를 하고 있었단 거야. 옷을 입은 건 김상종 씨랑, 분대장이라는 기호뿐이었어. 나머지 세 명이 죄다 벗은 채로 침상에 서 있었어. 나는...... 내가 그걸 옷 입은 거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섰든? 아니 자세 말고 걔네들 거기 말이야.”  “그저 관심 있는 건 그것밖에 없지? 응...... 발딱들 서 있더라. 같은 자세로 그 물건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웃기기도 했지만 왠지 거기선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운 것 같았어. 그건 원래 그렇게 발기된 채 빳빳이 있어야 되고, 나는 벗은 채 김상종 씨를 따라다니는 게 그냥 그래야 하는 것 같더라.”  그리고 그 아이들은 구호와 함께 취침에 들어갔다. 다른 점은 다같이 침상에 누운 채, 모포 바깥으로 아랫도리를 내밀었다는 점이다. 그곳을 순회하며 그들의 발기된 성기를 위로해주는 게 아내의 할 일이었다. 불 꺼진 막사에서(물론 취침등이야 켜졌겠지만) 줄을 선 성기들이 발기한 채 누워 있었다.  “어떻게 해줬어?”  “처음에는 그냥 손으로...... 사실상 다 벗은 여자가(여기서 내 의견을 말하자면, 그때의 아내는 다 벗은 것 이상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렇게 해 주니까, 그냥 손인데도 너무들 좋아하더라. 애들이 그냥 숨이 넘어갈 것처럼 그래 대니까 처음엔 이 녀석들이 날 놀리느라 장난을 치는 건가 그랬다니까.”  내 아내는 남자들의 기적이다. 과연 크리스마스에는 기적이 일어난다니까.  “근데 이등병이라는 애가, 자꾸만 내 손을 멈추더라. 아픈 건가, 불쾌한 건가 싶어서 그만할까 그랬더니, 고개를 막 저으면서 그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대로 싸 버리는 게 아깝다고 했어. 난 왜 그런 소리에 괜히 막 감동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아내가 말한다.  “그래서, 걔 벗은 어깨를 만져주면서 그랬지. 괜찮다고. 싸도 된다고...... 이따가 또 해 줄 수도 있으니까 걱정 말고 싸라고 했어. 그런 담에...... 걔 꺼를 입으로 해줬어. 왠지 그래주면 좋을 것 같더라도.”  “금방 싸 버렸겠네.”  “응. 너무 많이 싸서 뒷처리하는 데 애를 먹었지. 군대 애들 것은 왜 그렇게 냄새도 심한지 몰라. 혀가 아려서 혼났네.”  아내가 웃는다.  “그러고부터는 그냥 손으로 해 줄 수가 없더라고. 차별하는 것 같잖아. 나머지 애들도 입으로 해 주었지. 근데 세 번째 애 꺼가 좀 이상한 거야. 크기도 작고, 좀처럼 나오지를 않더라. 뚱뚱한 애였는데, 너무 긴장한 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해 버렸어.”  “하다니? 뭘?”  “아무래도 내 입보다는, 거기 안이 더 싸기에 좋을 것 같아서. 원래 한 번쯤은 그렇게 해 줄 생각이었고 말이야.”  내 아내는, 긴장해서 좀처럼 사정하지 못 하는 사병의 성기를 빨아주다 말고, 무슨 생각에선지 그대로 그 위에 앉아버린 것이다. 그것은 너무 쉽게 그녀의 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 점으로 볼 때 그 뚱뚱한 아이를 위해서인 동시에, 아내 자신의 욕구가 그러도록 만든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그러니까 사정하던?”  “응.”  아내가 부끄러운지 눈을 내리깔며 웃는다.  “아주 금방 하더라. 내 안에서는 그게 굉장히 단단하고 뜨거워지더라고.”    그 날, 나는 차안에서 예정된 시각에도 나오지 않는 아내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의 계획은 그곳에 있는 사병들은 그냥 한 번씩 사정시켜 주는 거였다. 나는 웬만하면 그 아이들한테 한 번씩이라도 아내 안에 삽입하게 만드는 게 어떻냐고 했지만, 아내가 난색을 표했다. 열 명 가까운 애들한테 어떻게 다 대주냐는 거였다. 그래서 그 아이들 전부를 어떻게든 사정시켜 주고, 김 소위를 비롯해 두세 명 정도한테는 입안이나 질구 안에 사정하게끔 해 준다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었다.  그런데 시각이 제법 늦었는데도 아내가 나오지를 않았다.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 보려는데 마침 벨이 울렸다. 아내였다.  “자기야......”  아내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물에 젖은 듯, 아니면 울음을 참는 듯. 나는 놀라서 괜찮냐고 물었다. 아내는 거기 답하지 않은 채, 말한다.  “나...... 좀 더 해도 돼? 이 애들이, 더...... 하고 싶대.”  그제야 내 귀에 아내 근처의 소음들이 들린다. 열에 들뜬, 남자아이들의 목소리다.  “더 하고 싶어? 자기도.”  “응...... 좋아.”  나는 수화기 너머의 아내가 이미 ‘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지금도 하는 중이야?”  “응......”  “네 안에 남자 꺼가 들어와 있어?”  “응...... 내 안에서 움직여. 아...... 나 이상해.”  “누가?”  “김상종 씨가...... 내 뒤에서...... 움직이고 있어.”  내 귀로, 엎드린 아내를 범하는 김 소위의 피스톤질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사병들의 정액으로 진창이 된 그곳을 마음껏 들락거리는 그의 성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들의 주위에 모여 있을 사병들이 제각기 떠들어대는 소리가 얼핏얼핏 들려온다.  그때 누군가가 아내에게서 전화기를 빼앗아 들었다.  “어, 미안합니다. 원래 한 번씩만 싸게들 하고 끝내려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들 해서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김 소위는 숨 가쁜 목소리를 낸다. 허리 아래는 아내의 엉덩이 뒤에서 마찰음을 내며 움직여 대느라 그랬을 것이다.  “아...... 미치겠다. 죄송해요. 조금만 더 씁시다. 아니면 들어오셔서 같이 하든가요.”  “아니, 괜찮습니다. 선영이가 좋다는 만큼 하세요. 어떻게, 할만 합디까?”  “농담합니까? 진짜 좋네요. 여기가 막 녹아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진짜 좋은 와이프를 두셨네요. 이런 건 처음이에요.”  잠깐, 군부대로 올 때 우리는 서로 부부가 아닌 척하기로 했었다. 사람들 보기에 이상할 것 같아서였다. 헌데 김 소위는 아무렇잖게 우리 사이를 이야기한다. 아내가 말해 버린 걸까? 흥분 상태에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하기야 나 역시 이제는 그런 일 따위 상관없었다.  “정말 고마워요. 최고입니다. 군 생활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영 씨는 정말 최고예요. 얘들아, 네들 생각도 그렇지?”  김 소위의 말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외침이 끼어든다. 아내의 낮은 탄식 소리가 거기 섞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내 아내의 몸을 자기 것으로 꿰뚫었고, 그 안에서 그녀의 참맛을 알았다. 그녀의 몸 안에서 우린 모두 하나다.  “잠깐만요. 애들이 승현 씨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답니다.”  김 소위가 누군가에게 전화기를 넘긴다. 넘기면서 그의 입에서 ‘끙!’하는 탄식이 나왔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아내의 몸 안에서 제 성기를 뽑아내면서 내는 소리였다.  “아저씨? 선영이 누나는 정말 최고예요.”  김정선 병장이다. 그런데 말을 하는 도중에 그가 역시 끙, 하는 소리를 낸다. 나는 그가 지금, 내 아내의 질구로 제 성기를 밀어 넣고 있다는 걸 직감한다.  “군 생활 최고의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감사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내 아내의 몸 안으로 성기를 쑤셔대면서, 내게 덕담을 남긴다. 나는 고맙게 받아들인다.  전화기가 다시 누군가에게로 넘어간다. 동시에 아내의 몸도 누군가에게 넘겨진다. 사병들은 번갈아 내 아내의 구멍에 자기 것을 집어넣으면서, 내게 인사말을 건넨다.  “정말 최고예요. 감사합니다. 선영이 누나를 빌려주셔서.”  그렇게 흔들어대고, (아마도)전화기를 들지 않은 손으로는 내 아내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누나 보지를 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정말......”  “야, 너 뭐하는 거야?”  누군가 전화기 저쪽에서 소리치고, 전화기를 든 누군지 모를 사병은 그러거나 말거나 거친 숨결을 진정하지 못 하고.  “누나 보지는 정말, 정말...... 군대 오길 잘했어요. 행복해요. 진짜......”  사병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나는 그의 절정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내 숨소리도 덩달아 급해진다. 그가 내 아내의 몸 안에서 절정에 도달한다.  “메리...... 메리크리스마스!”  나는 눈을 감는다. 내 머릿속으로 축포가 터진다. 새하얀 축포가. 내 아내의 자궁 안도 새하얀 꽃불로 폭발하였겠지.  나는 입속으로 되뇐다. 메리크리스마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내 아내의 태내에는 이 땅의 죄 많은 정액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열정과 욕구들이 그 안에서 평화를 찾기를.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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