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나의 어느날.. - 7부

야오리 2,766 2018.04.06 06:19
" 여보세요? "
" .......... "
" 여보세요? 야!! "
" 여보세요. "
혜진이 목소리가 아니었다... 혜진이 어머니였다
" 아..네.... "
" 김정인이 핸드폰이죠? "
" 네...전데요.. "
" 나 누군지 알겠니? "
" 네.. "
" 지금 바쁘니? "
" 아뇨..왜요? "
" 응 내가 너랑 얘기좀 해야겠는데..? "
" 네.. "
" 지금 시간되면 좀 볼까? "
" 네.."
" 어디서 볼래? "
" 아무데나 괜찮은데요.. "
" ................. "
갑자기 대화가 끊어졌다.. 혜진이 어머니는 나름대로 장소를 생각중인 모양이었다..
" 음..마땅하게 만날만한 곳이 없네...그럼 우리집으로 올래? "
" 집에요? "
" 좋은 얘기도 아닌데..밖에서 사람있는데서 하기도 좀 그러네..조용히 얘기할 만한데가...오기 싫으니? "
내가 팅기고 말고 할 위치가 아니었다..
" 네..언제요? "
" 내가 내일 오전에 시간이 되는데..오전에 올 수 있어? "
" 네..몇시........? "
" 10시 쯤..어떠니? "
" 네.... "
" 그래,.그럼 낼 보자.. "
" 네.."
내 대답과 동시에 전화는 끊어졌다. 순간 내머리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일꺼고...어떤 야단을 듣고...뻔했지만...답은 내머리속에 그려지지가 않았다
오후내내..저녁내내...밥도 먹지 못하고..내일 벌어질 상황만 머리속에 꽉찼다
새벽늦게 잠이든 난 놀란듯 잠을깨서 시계부터 보았다
9시 25분을 막지난 시간이었다..
불에 덴듯 벌떡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여전히 머리속은 복잡했다
" 에라이..모르겠다...가보면 답이 나오겠지...씨팔.. "
포기해 버렸다.. 될데로 되라는 심정이었다..정말...
머리를 감으며 시간 계산을 했다..
씻는데 15분...버스타고 혜진이 집까지 15-20분..조금 빡빡하겠다 싶었다..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괜시리 약속까지 늦어 안그래도 찍힌곳에 말뚝까지 박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서두른 보람은 있어..혜진이 집 아파트 입구에 5분전에 도착했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그녀의 집 층수를 눌렀다..
초고속 엘레베이터인지 21층을 순식간에 올라서 문을 열었다..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녀의 집....
닫혀 있는 철문을 바라보며 다시한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심호흡을 했다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집 벨을 눌렀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벨을 두번째 누르자...문안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 딸깍..
문이 열렸다... 퍼머를 웨이브지게한 긴머리를 옆으로 돌린 그녀의 어머니가 문을 밀어 열어주셨다
" ..안..녕..하세요.. "
" 응..들어와라.. "
난 쭈뼛거리며 들어가시는 어머니뒤를 따랐다...
혜진이의 신발은 보이질 않았다..
" 거기 앉아라...뭐 마실래? "
" 아뇨...괜찮은데요.. "
내 말엔 아랑곳없이 그녀 어머니는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를 꺼내셨고...이내 쟁반에 빈컵 두개랑 들고 다가오셨다..
몇일전 소파에 앉아서 그녀 어머니를 쳐다보게된 내 모습이 생각나 앉지를 못하고 서서 어머니가 다가오기전까지 쭈뼛거렸다..
" 앉아라.. "
" ..... "
소파에 앉기는 머해서 그냥 바닥에 앉았다..
흰색 남방을 입고..무릎아래로 내려오는 치마를 입은 혜진이 어머니는 내가 바닥에 앉자 내쪽으로 다시 다가와서 앉으셨다..
앉으시며 쟁반을 그녀와 나 사이에 놓았다...쟁반을 들고 온 그녀의 손목이 참 희다고 느꼈다..
그녀의 손목에 채워진 가늘디 가는 팔찌가 그녀의 하얀 피부에 의해 더욱 빛나고 있었다...
40대라고 알고 있는데...그녀의 어깨..허리...전체적 맵시는 30대 날씬한 분 못지 않았다..
" 혜진이는 몇일 친척집에 좀 보내놨다... "
" 아..네... "
" 연락있었니? "
" 아뇨... "
그녀는 아무말 없이 음료를 부어서 내 앞에 내 밀었다..
" 마셔라.. "
그녀의 말에 순종하는게 좋을듯 싶었다...잔을 들어 입술을 적셨다...
" 네가 몇살이니? "
" .............. "
" 어떻게 너네들이..난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 "
" 죄송합니다..."
" 언제부터 그랬니? "
" ......한...달.. "
" 휴...... "
" 다른 애들도 그러니? "
" .............. "
친구들이나 또래애들조차 물귀신처럼 물고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 그냥..호기심에 장난만 한거니..아님 진짜로 했니? "
막막했다.. 어머니가 아시면서 묻는건지 진짜 모르시고 묻는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그렇다고 혜진이가 솔직히 말했는지 둘러댔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괜시리 둘러대다가 말이 서로 달라 돌아올 파장이 더 클지도 몰랐다..
" ....진...짜... "
혜진이 어머니는 잔을 들어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켰다...
" 이게 거짓말 했네... "
아차..혜진이는 대충 둘러댄 모양이었다..문제가 더 커질 분위기였다..
" 너네 부모님도 아시니? "
" .............. "
" 혜진이 아빠는 몰라..알면 난리가 날테고..기집애 다리 몽둥이 부러질테고... "
" 죄송..합니다.. "
" 지금은..우리 세명만 알지만...너네 부모님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
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너무 참담했다..
" 죄송합니다..다신 안 그럴께요.. "
" .................. "
" 저기...느네들..피임은 했니? "
" ..............."
" 안했어? "
" 저는 잘... "
그녀의 어머니는 큰 한숨을 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안방쪽으로 가셨다...
죽을맛이었다...아무것도 눈앞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내 나오시는 그녀의 어머니의 손에는 양주병이 들려져 있었다..
" 도대체..기가 막혀서..음료수로는 해소가 안된다.. "
그녀의 어머니는 앉자 마자 음료수잔에다 양주를 반쯤 부었다..
그리고는 두어모금을 급하게 마셨다...
" 너두 한잔 할래? "
" ...... "
*** 계 속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비추
2266 처음을 기억하며... - 1부 3장 야오리 2018.04.06 1232 0 0
2265 열명의 여인들... - 1부 야오리 2018.04.06 3046 0 1
2264 어느부부의 끝없는 욕망 - 2부 야오리 2018.04.06 3973 0 0
2263 나의 어느날.. - 3부 야오리 2018.04.06 3310 0 1
2262 열명의 여인들... - 2부 1장 야오리 2018.04.06 2346 0 0
2261 처음을 기억하며... - 1부 4장 야오리 2018.04.06 1294 0 0
2260 나의 어느날.. - 4부 야오리 2018.04.06 4435 0 0
2259 나의 어느날.. - 5부 야오리 2018.04.06 2933 0 0
2258 나의 어느날.. - 6부 야오리 2018.04.06 2978 0 0
열람중 나의 어느날.. - 7부 야오리 2018.04.06 2767 0 0
2256 나의 어느날.. - 8부 야오리 2018.04.06 2953 0 0
2255 나의 어느날.. - 10부 야오리 2018.04.06 2911 0 0
2254 나의 어느날.. - 11부 야오리 2018.04.06 3111 0 0
2253 (논픽션) 나의 이야기 - 단편 야오리 2018.04.06 1791 0 0
2252 중년에 찾아온 첫사랑 - 48부 야오리 2018.04.07 1876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