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선배녀 12부

야오리 2,980 2019.04.15 23:58
진구 형의 노래가 끝날 때가 다 되었고,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서 이대로 떨어지기 싫어 혜림이 누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 나가 있을 테니까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와. 화장실에 있을게.”
 
“안 돼.”
 
“기다릴 거야.”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고, 마침 노래가 끝난 진구 형이 내게 물어봤다.
 
“어디가?”
 
“소연이한테 전화 좀 해주려구요.”
 
나는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 안을 서성이다가 거울을 보니 들짐승의 눈을 가진 내가 서있었다. 나는 양의 눈빛으로 탈바꿈을 하고,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혜림이 누나를 기다렸다. 얼마 후에 화장실 문이 열렸고, 모르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가 소변을 보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내는 척 하며 나가지 않고 뻐기고 있었다.
 
남자가 나가고 곧 혜림이 누나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혜림이 누나는 날 본체만체 하며 양변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고, 나는 얼른 뒤따라 들어갔다. 혜림이 누나는 들어가자마자 양변기를 잡고 엎드렸다.
 
“빨리 해.”
 
신경질적인 혜림이 누나의 목소리가 나로 하여금 오히려 더 범하고 싶게 만들었다. 비록 들어올 때는 신경질적인 말투였지만 나갈 때는 간드러지는 말투로 내게 온갖 아양을 다 떨게 만들고 말리라 의기를 다졌다.
 
나는 문을 잠그고 혜림이 누나의 치마를 들어 올려 팬티를 내렸다. 혜림이 누나는 팬티가 벗겨지도록 다리를 들어주었고, 나는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주머니에 넣고 내 바지 단추를 풀었다. 혜림이 누나의 보지는 이미 보짓물로 얼룩져있어 바로 쑤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애무도 없이 내 자지를 잡고 혜림이 누나의 보지로 밀어 넣었다.
 
“하아……”
 
나는 빨리 보내야겠다는 일념으로 거세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림이 누나는 공중장**는 것을 의식해서였는지 신음소리를 삼켜내고 있었다. 조금씩 새어나는 소리가 오히려 내게는 더 자극이 되었고, 심한 흥분감에 더욱 세게 허리를 흔들게 되었다. 혜림이 누나도 신음소리는 억지로 참아내려고 하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이 흥분을 더해주는지 보지의 조임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했다.
 
“네 보지 지금 장난 아냐. 최고야.”
 
“흐음…… 으음…… 빨리 싸. 음……”
 
“나 이런 보지 오래 느끼고 싶은데…….”
 
“으음…… 안 돼. 의심받을 수도 있어. 으음…… 음……”
 
“이런 데서 하니까 좋다. 그치?”
 
“으음…… 흐음…… 으응…… 좋아. 흐응……”
 
한창 섹스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문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가 들어와서 우리가 들어있는 문에 노크를 했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노크를 했고, 빨리 다른 화장실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가기는커녕 말소리가 들려왔다.
 
“혜림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유리 누나였고, 혜림이 누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어.”
 
얇은 문을 사이에 둔 채로 아는 사람 바로 옆에서 섹스를 한다면 더 흥분이 될 것 같아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고, 혜림이 누나는 뒤돌아보며 내게 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오래 걸려?”
 
“어? 어.”
 
“나 급한데 빨리 나오면 안 돼?”
 
“급하면 위에 있는 으음…… 화장실 써. 나 오래 걸릴 흐응…… 거 같아.”
 
“그냥 기다릴게.”
 
유리 누나는 나와 혜림이 누나가 섹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걸 전혀 모르고 있는 혜림이 누나는 몸을 일으키며 보지에서 내 자지를 빼내었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하고 있는 혜림이 누나를 보니 유리 누나가 참 짓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 누나도 혜림이 누나를 사지로 몰아넣고 싶은 건 아니었는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나 그냥 위로 갈게. 너무 급하네.”
 
“그럴래? 미안해.”
 
“아냐.”
 
화장실 문소리가 나며 유리 누나가 나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혜림이 누나는 내게 다급하게 말했다.
 
“너 빨리 나가.”
 
“갔는데 계속 하자.”
 
“다시 올지도 모르잖아. 와서 같이 들어가자고 기다리면 어떡해. 그니까 오기 전에 빨리 나가.”
 
“그렇다고 하던 걸 못하게 하냐?”
 
“지금 그게 중요해? 잘못되면 앞으로 우리 영영 못 할 수도 있어.”
 
이미 유리 누나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섹스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지만 마음 약한 혜림이 누나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꾹 참고 바지를 입었다.
 
“그럼 나중에 해줘.”
 
“알았어. 알았으니까 나가.”
 
나는 찝찝한 마음을 남겨두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화장실 입구의 코너를 도는 순간 유리 누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유리 누나는 벽에 기대어 서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멍하니 유리 누나를 바라보았다.
 
“좋았니?”
 
난 얕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코웃음을 치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그랬겠죠.”
 
“막 나오네?”
 
“그러게요. 많이 짜증났나 봐요. 누군가의 장난에…….”
 
“적당히 해. 그러다가 진짜 걸려.”
 
“알았어요.”
 
“근데 너 좀 크더라.”
 
“봤어요?”
 
“어떻게 보니, 네 꺼 한 번 보자고 문에 매달릴까?”
 
“근데 어떻게 알아요?”
 
“아까 너 나랑 부비했잖아.”
 
“누나는 부끄럽게 왜 그런 얘기를 해요?”
 
“부끄러운 놈이 그렇게 찔러댔어?”
 
“몰라요. 전 들어갈 테니까 알아서 들어오세요. 안 들어와도 되구요.”
 
“삐친 거야? 남자가 소심하기는…….”
 
나는 유리 누나를 뒤로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는 진구 형과 민기 형이 늘어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곧 유리 누나와 혜림이 누나도 들어왔고, 우리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다가 시간이 끝나 밖으로 나왔다.
 
민기 형과 유리 누나는 집으로 간다며 갔고, 혜림이 누나는 진구 형이 같이 진구 형네 집에 가자는 걸 거절하고 집으로 간다며 택시를 탔다. 나도 진구 형을 남겨두고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자마자 혜림이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가고 있어?]
 
“어.”
 
[잠깐 볼래?]
 
“그럴까? 어디서 볼래?”
 
[나 지금 백화점 앞에서 내렸어.]
 
“알았어. 그리로 갈게.”
 
나는 방향을 돌려 백화점 쪽으로 갔다. 백화점 앞에서 내리니 한쪽 구석에서 혜림이 누나가 날 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혜림이 누나에게로 걸어가 다시금 우리는 상봉하게 되었다. 혜림이 누나와 나는 연인이라도 되는 양 다정스럽게 팔짱을 끼고 걸었다.
 
“모텔 갈까?”
 
“아까처럼 해보고 싶지 않아?”
 
“응?”
 
“아까 좋았잖아. 짜릿하고…….”
 
“어디서 해?”
 
혜림이 누나도 내 제안에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지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았다. 나는 묵묵히 혜림이 누나를 가까운 공원의 화장실로 이끌었다. 그러나 공원 화장실은 남녀가 나누어져 있는데다가 사람들도 몇몇 있어 둘이서 들어가기에 쉽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 있는데도 지린내가 진동을 해 섹스를 할 마음이 들지 않는 곳이었다.
 
나는 다시 혜림이 누나를 데리고 움직였다. 이번에 생각한 곳은 기차역이었다. 멀티플렉스가 있어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가보니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으나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앞세워 몰래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문을 걸어 잠그고 키스를 나누었다. 기다리는 남자친구가 없어서인지 혜림이 누나는 한결 여유로웠다. 나는 가볍게 혜림이 누나의 가슴을 애무하며 천천히 혜림이 누나를 달궜다. 내 손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 오늘 수없이 들락날락거렸던 보지로 갔다.
 
팬티가 아닌 혜림이 누나의 보지털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 노래방 화장실에서 섹스를 할 때 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돌려주지 않았었다. 혜림이 누나가 여태 노팬티로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니 야릇해지며 흥분되었다.
 
“너 계속 노팬티로 다녔던 거야?”
 
“응.”
 
“네가 그러고 다녔다고 생각하니까 더 흥분된다.”
 
“치, 나는 누가 볼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좀 보여주지 그랬어?”
 
“미쳤어?”
 
“빨리 넣고 싶다.”
 
“넣어도 될 거 같아.”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있던 내 손을 좀 더 아래로 내려 보지 구멍을 만져보니 보짓물이 조금 흘러나와 있었다.
 
“오늘 네 보지 마른 적이 있었어?”
 
“계속 젖어 있었던 거 같아. 다 너 때문이잖아.”
 
“그래서 싫었어?”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빨리 넣어줘.”
 
나는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려 자지를 꺼내 혜림이 누나를 안은 채로 보지에 집어넣었다.
 
“흐응……”
 
혜림이 누나의 보지는 내 자지를 꽉꽉 물어왔고, 나는 있는 힘껏 허리를 흔들었다. 혜림이 누나는 내게 푹 안겨 거친 숨을 뿜어내었고 내 귓가로 퍼져오는 혜림이 누나의 숨소리는 내 자지를 더욱 간질이고 있었다.
 
“우리 이러다가 잡혀 가는 거 아냐?”
 
“으음…… 나 잡혀가도 좋아. 흐음…… 흐응……”
 
“그럼 잡아갈 정도로 해볼까?”
 
“하아…… 으응…… 그렇게 해줘. 흐음……”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혜림이 누나를 돌려세웠다. 혜림이 누나는 알아서 엎드렸고 나는 다시 자지를 보지에 집어넣고 흔들었다.
 
“가끔 이렇게 밖에서 하는 것도 좋은 거 같아.”
 
“으응…… 좋아. 흐으……”
 
공중장소에서 섹스하고 있다는 흥분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더 빨리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클리토리스를 매만지며 스퍼트를 가했고,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도 더욱 빨라진 나의 움직임에 더욱 가쁜 숨을 내쉬며 호응해주었다.
 
“나 쌀 거 같아.”
 
“하아…… 싸. 내 보지에 싸줘. 흐응……”
 
내 자지에서 정액이 솟구쳤고, 내 움직임이 멈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혜림이 누나의 거친 숨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일으켜 세워 뜨거운 키스를 퍼부으며 섹스를 마무리했다. 키스를 끝내고 내려다보니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타고 내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휴지를 뜯어 혜림이 누나의 다리에 흐르는 정액을 닦아주고, 내 자지도 깨끗이 닦았다.
 
난 옷을 추슬러 입은 다음 팬티를 꺼내 혜림이 누나에게 주었고, 혜림이 누나는 내게 건네받은 팬티를 입고 옷매무새를 매만졌다.
 
“근데 진구 형 놔두고 왜 나랑 섹스하러 왔어?”
 
“네가 흥분시켰으니까 네가 책임져야 되는 거잖아. 나 혼자 진구한테 가서 섹스하면 넌 못 풀잖아.”
 
“어이구, 예쁘기도 해라.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깜찍할까.”
 
“나 착하지?”
 
“응. 정말, 정말 착하다. 보답으로 다음에 더 열심히 해줄게.”
 
“지금 말고?”
 
“또 해?”
 
“농담이야. 가자.”
 
화장실에서 나와 우리는 싱글벙글 웃으며 택시를 타러 갔다.
 
“근데 너 토요일에 소연이 만나기로 했어?”
 
“아직 계획 없는데…… 왜?”
 
“아…… 그래? 그럼 됐어.”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별 일 아냐. 신경 쓰지 마.”
 
혜림이 누나가 내 신경을 긁어놓고 부스럼은 털어주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짜증난 투로 혜림이 누나에게 톡 쏘았다.
 
“말 안 하면 다음부터 안 해줄 거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여기서 해버린다!”
 
“그것도 괜찮지.”
 
“해보자는 거지? 좋아.”
 
나는 혜림이 누나를 끌어안으며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혜림이 누나는 웃으면서 비명을 지르고는 내게 벗어나려 했다. 난 꽉 끌어안아 못 빠져나가도록 하고 팬티 속까지 손을 넣으려고 했다. 그러자 혜림이 누나가 자지러지듯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얘기 할게. 그만해.”
 
나는 혜림이 누나의 치마 속에서 손을 빼고 귀를 기울였다.
 
“말해봐.”
 
“너…… 지연이랑 아직 안 했어?”
 
“응……? 응. 왜?”
 
“그게…… 토요일에 지연이 집이 비는데 날 불렀거든. 둘이 밤새 섹스하기 좋은 기횐데 날 부른 게 이상해서 그랬어. 네가 약속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이야? 진짜 토요일에 집 비어?”
 
“응.”
 
혜림이 누나의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몹시 상했다. 섹스를 하든 안 하든 나와 함께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기 싫다는데 내가 억지로 잡아먹는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말이라도 꺼내봤어야지 일언반구 없었다는 게 몹시 서운했다.
 
 
 
* * *
 
 
 
대학교 입학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따로 만나자는 연락 따위는 하지 않았던 마녀가 웬일인지 점심을 사주겠다고 학교 근처에서 보자고 했다. 당연히 우리 학교가 아니라 자기네 학교 근처였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라 흔쾌히 약속을 잡았고, 나는 행여나 늦게 나갔다가 귀에 못이 박힐까봐 약속 시간에 정확히 맞춰 나갔지만 이 인간은 어디서 뭉그적거리고 있는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었다.
 
여대 근처라 그런지 볼거리는 많았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가 즐비했지만 그것들에는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다. 그것들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들만 보기에도 내 눈은 정신없이 바빴다.
 
멀찍이서 굉장히 짧은 길이의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늘씬한 몸매의 여자가 걸어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녀가 내게로 다가오고 있는 그 길은 약간 내리막길이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팬티가 보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애만 태우고 보이지 않아 고개를 바닥에 붙여 올려다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머리를 콕하고 쥐어박았다.
 
“눈 빠지겠다.”
 
뒤돌아 볼 것도 없이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이 몇 시야?”
 
“조금 늦었네. 덕분에 넌 좋은 구경하고 있었잖아.”
 
“조금 같은 소리하고 있네. 20분 늦었거든?”
 
“그래? 밥 먹으러 가자.”
 
미안한 기색이라고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이 뻔뻔한 마녀가 바로 나의 친누나라는 게 참으로 슬펐다. 누나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앞장서서 걸어갔고, 나는 뒤따라 걸어갔다. 몇 걸음 안 가서 누나는 멈춰서더니 내게 잔소리를 했다.
 
“야, 옆으로 와서 걸어. 왜 찌질하게 뒤따라 와?”
 
“네가 먼저 갔잖아.”
 
“그럼 얼른 따라 붙었어야지. 암튼 뭐 먹을까?”
 
“고기 먹고 싶어. 꽃등심 사줘.”
 
“피자 먹어. 화덕 피자 먹고 싶다.”
 
“그래.”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었다. 어차피 내 의견 따위는 누나에게 중요치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싸우는 것도 지겨워 웬만하면 누나 말을 들어주는 나였다.
 
우리는 피자가게로 가서 런치세트를 시켜 먹었다. 반쯤 먹었을 때까지도 누나는 내게 히든카드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잡스런 이야기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그저 친목을 다지자고 누나가 날 부른 게 절대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가십거리를 얘기하며 깔깔 거리고 있는 누나에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목적이 뭐야?”
 
“목적은 무슨…….”
 
“그럼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이 나 밥 사준 거야?”
 
“그래. 누나가 동생 밥 한번 못 사주니?”
 
“나중에 딴 말 하지 마.”
 
“다음 주 토요일에 동아리에서 엠티 가는데 나도 한번 가보고 싶어.”
 
속셈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덩치가 아주 큰 것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누나가 원하는 것들을 웬만하면 들어주시지만 절대 허락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외박은 절대, 어떤 경우에도 불가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우리 누나는 2년째 대학생활을 하면서 지금껏 엠티를 단 한 번도 가지 못했었다.
 
나보다 훨씬 많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리고 살았지만 단 하나, 내가 누나보다 나은 점은 남자라서 외박이 자유로웠던 것이다. 나는 중, 고등학교 때도 가끔 외박을 했었지만 누나는 넘치는 부모님의 관심 덕에 외박은 꿈도 못 꾸는 딱한 처지인 것이다. 근데 지금 엠티를 가겠다고 내게 협조를 구해오는 것이다.
 
“고작 이거 사주고?”
 
“야, 뭐 대단한 거라고 거들먹거려?”
 
“아유, 그럼 말어.”
 
“뭐 먹고 싶다고?”
 
“먹는 건 됐고, 다음 주 토요일이라고 했지? 차 안 가져갈 거 아냐? 그날 내가 쓸게.”
 
“뭐?”
 
누나는 무엇보다도 차를 소중히 했다. 대학 와서 과외를 하며 처음으로 돈을 벌었던 누나는 몇 달치 과외비를 고스란히 차를 사는데 쏟아 부었다. 그래봤자 차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었지만 내가 차를 빌려달라고 하면 자기 차는 그냥 차가 아니라 자기의 피땀이라며 빌려주기를 거부했었다.
 
잠깐 고민하던 누나는 내게 협박하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계속 말했다.
 
“조심히 몰아. 더럽게 해놓지 말고.”
 
“알았어. 잘 쓸게. 근데 내가 어떻게 하면 돼?”
 
누나는 이 문제로 많은 고심을 했었는지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누나랑 나랑 단둘이 놀러가는 걸로 하자거나 엠티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부모님을 설득해달라고 하는 등의 말도 안 되거나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방안들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있어보였던 방안이 우리 과랑 누나네 과랑 조인트해서 같이 엠티를 가는 거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성공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없었기에 밀어붙이기로 합의했다.
 
합의도 원만히 끝났고, 식사도 즐겁게 끝나 우리는 가게 밖으로 나왔다.
 
“커피나 한 잔 할까?”
 
“수업 없어?”
 
“아직 멀었어.”
 
누나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난 오래 못 있어. 수업 들어가야 돼.”
 
“알았어.”
 
우리는 가까운 커피전문점으로 갔고, 가는 길에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진원이 형과 지연이 누나가 마주오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지연이 누나는 내 옆에 있는 우리 누나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지며 어색하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어, 안녕? 이런 데서 다 만나네. 누구……?”
 
“아, 누나예요.”
 
지연이 누나의 얼굴은 펴졌지만 이상하게도 진원이 형이 뭔가 어색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원이 형은 흔들리는 눈빛을 애써 지우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누나를 보고 말했다.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네. 잘 지내?”
 
“응.”
 
누나는 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얘랑 아는 사이야?”
 
“어. 학교후배야.”
 
“그렇구나. 여자친구 심심하겠다. 우리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자.”
 
“어? 어. 그래. 다음에 보자.”
 
“내 번호 알지? 옛날 그대로니까 꼭 연락해.”
 
“어, 그래.”
 
누나는 진원이 형에게 생긋 웃어주고는 그들을 뒤로 한 채 걸어갔고, 나는 재빠르게 따라가 그들에게 들릴까봐 조용히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알아?”
 
“고등학교 때 나 좋다고 쫓아다니던 애들 중에 하나야.”
 
“그래? 완전 잘 나가는 척 해서 조금 나간 줄 알았는데 완전 찌질했네.”
 
“뭐, 찌질한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했어. 지금처럼…….”
 
“너 쫓아다닌 거면 찌질한 거 아냐?”
 
이 정도면 주먹이 올라올 법 하지만 지금은 내가 절대 반지를 끼고 있었기에 차마 때리지 못하고 눈으로만 분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놀리듯 실실 웃어댔고, 누나는 이를 악다물고 억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네 누나가 학교를 휘어잡았다는 걸 잊었나보구나? 네 친구 중에도 나 쫓아다닌 애 있었지, 아마?”
 
“그랬어? 우리 누나가 그랬단 말야? 왜 나는 같은 학교 다니면서도 몰랐을까?”
 
실제로 누나는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에서 꽤나 유명했었다. 예쁜 것도 예쁜 거였지만 여우 짓이 몸에 붙어 있었기에 여러 남자의 애를 태웠고, 덕분에 나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여자는 겉만 봐서는 모른다는 걸 누누이 얘기했었지만 그들은 우리 누나의 실체를 받아드리려고 하지 않았었다. 여우에 홀려 앞, 뒤 분간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었다.
 
“적당히 까불어.”
 
“네.”
 
나는 이 정도 선에서는 물러서야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태도를 바꾸었다. 누나는 나의 굴복에 만족스러웠는지 세우고 있던 발톱을 거두고 내 팔에 팔짱을 끼고 걸었다. 우리는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피자로 느글거리는 속을 달랬다.
 
“너 아직 그 남자 만나?”
 
“누구?”
 
“우리 학교 다닌다던 남자.”
 
“아니, 안 만나.”
 
“그럼 지금 아무도 안 만나?”
 
“만나는 사람 있어.”
 
“그래? 이번에는 좀 잘 해봐.”
 
“네 앞가림이나 잘하지?”
 
“시집이나 갈는지…….”
 
“죽을래?”
 
“커피 맛있다.”
 
우리 누나는 만나는 남자는 정말 많았지만 정작 사귀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사귀냐고 물어보면 일단 만나보는 거라고 말을 했었고, 남자친구 생겼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남자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그렇게 많은 남자들을 바꾸어가며 만나는 걸 보면 말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비추
2341 승호 이야기 17 야오리 2019.04.16 2372 0 0
2340 승호 이야기 18 야오리 2019.04.16 2351 0 0
2339 승호 이야기 19 야오리 2019.04.16 2533 0 0
2338 선배녀 11부 야오리 2019.04.15 3582 0 0
열람중 선배녀 12부 야오리 2019.04.15 2981 0 0
2336 선배녀 13부 야오리 2019.04.15 3827 0 0
2335 승호 이야기 1 야오리 2019.04.15 10141 0 0
2334 나의 처제 이야기 20 야오리 2019.04.14 3979 0 0
2333 나의 처제 이야기 21 야오리 2019.04.14 3406 0 0
2332 나의 처제 이야기 22 야오리 2019.04.14 3487 0 0
2331 나의 처제 이야기 23 야오리 2019.04.14 3456 0 0
2330 나의 처제 이야기 24 야오리 2019.04.14 4340 0 0
2329 나의 처제 이야기 25 야오리 2019.04.14 3699 0 1
2328 나의 처제 이야기 26 야오리 2019.04.14 3301 0 0
2327 나의 처제 이야기 27 야오리 2019.04.14 3352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