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선배녀 14부

야오리 4,690 2019.05.08 20:00
테이블에는 캔맥주 네 개와 딸기가 준비되었다. 지연이 누나와 나는 소파에, 유리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바닥에 앉아 있었고, 우리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혜림이 누나가 <무한도전>은 꼭 봐야 한다고 고집부리는 바람에 다 같이 보게 된 것이다.
 
이제야 내게도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지연이 누나 집에 들어와서 단 한 번도 쉬이 숨을 내쉰 적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편안했다. 나는 텔레비전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지연이 누나 집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집이 그렇게 넓지도 않은데다가 커튼까지 쳐놔서 그런지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집에 어울릴만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갑자기 혜림이 누나가 까르르 웃기에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돌렸다. 화면에는 정형돈이 이상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고, 그와 함께 ‘미친 존재감’이라는 자막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리 누나와 지연이 누나도 가볍게 웃음을 흘렸지만 평소 <무한도전>을 보지 않던 나는 웃음의 맥을 짚지 못하고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미친 존재감’이 대충 존재감이 크다는 뜻인 것 같은데, 지금의 나와는 참으로 대조적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녀들에게 나는 마치 공기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함께 있지만 지각되지 못하는 슬픈 존재…….
 
이왕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것 투명인간으로서의 삶이나 한 번 누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연이 누나 옆으로 붙어 앉아 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지연이 누나의 손을 잡았다. 지연이 누나는 날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손을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주물렀고,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으로는 지연이 누나의 겨드랑이 아래로 집어넣어 가슴 위를 덮었다.
 
지연이 누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내게 시선을 주더니 텔레비전으로 돌아갔다. 지연이 누나의 말랑말랑한 가슴을 모아보기도 하고, 꾹 눌러 퍼트려보기도 하며 놀고 있는데 혜림이 누나가 몸을 움직였다. 나는 손을 내려 지연이 누나의 배에 얹었고, 혜림이 누나는 뒤로 물러나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누나, 올라와서 앉아요.”
 
혜림이 누나는 텔레비전에서 절대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내 말에 즉각 반응해 소파로 올라와 내 옆에 앉았다. 난 한손으로는 지연이 누나의 허리를 감싼 채로 지연이 누나의 손을 어루만지던 다른 한 손은 지연이 누나의 손을 그 자리에 남겨두고 내 허벅지 위로 옮겼다. 지연이 누나는 내 손의 움직임에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이대로 투명인간놀이를 더 해도 될 것 같아 난 손을 움직였다.
 
내 손은 혜림이 누나의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등을 훑었다. 혜림이 누나는 티 나게 고개를 홱 돌려 날 쳐다보았지만 지연이 누나는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계속 텔레비전을 보라는 고갯짓을 했다. 혜림이 누나도 내가 하는 짓을 신경 쓰는 것보다는 텔레비전을 보는 게 더 좋은지 다시 고개를 돌려 텔레비전을 응시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너무 개방되어 있는 상황이라 위험천만한 행동까지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나는 그저 혜림이 누나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뿐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혜림이 누나는 내 손끝의 감촉이 좋은지 몸을 슬쩍슬쩍 움직였다.
 
혜림이 누나의 등을 훑고 다니던 내 손은 브래지어에 닿았고, 브래지어 끈을 따라 여러 차례 왕복했다. 움직이던 내 손이 브래지어 가운데 쯤 이르렀을 때 나는 브래지어 후크를 잡아 풀어버렸다. 혜림이 누나는 나의 이 정도 행동쯤은 예상했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너진 장벽너머까지 훑고 다니던 내 손도 빼야할 시간이 되었다. <무한도전>이 끝났는지 다음 주 예고가 나왔고, 나는 얼른 손을 빼 내 허벅지 위로 올려놓았다.
 
유리 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그래. 일단 술 좀 가져와야겠다.”
 
지연이 누나는 일어나 냉장고로 갔고, 유리 누나도 일어나기에 지연이 누나를 따라 가는 줄 알았는데 방향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혜림이 누나는 그제야 내 허벅지를 꼬집으며 눈을 흘겼다. 나는 지연이 누나가 우리 쪽을 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혜림이 누나의 티셔츠에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혜림이 누나는 내 허벅지를 때렸는데 찰싹하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거실에 울렸다.
 
“무슨 일 있어?”
 
지연이 누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다행히 지연이 누나는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느라 우리 쪽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 혜림이 누나의 옷 속에서 손을 뺀 다음 나는 대답했다.
 
“아니야. 모기 잡았어.”
 
혜림이 누나가 가늘게 눈을 뜨고 날 노려보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심심하면 내 몸에 달라붙는 변태 모기?”
 
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몸에 들어가기도 할 걸?”
 
“으, 정말 싫다.”
 
나는 머쓱하여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연이 누나가 맥주와 치즈를 챙겨 왔고, 그때까지도 유리 누나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유리야, 뭐해?”
 
“어, 나가.”
 
유리 누나는 청바지를 어디론가 벗어던지고 핑크색 핫팬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유리 누나의 늘씬한 다리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지연이 누나는 그런 내가 못마땅했는지 내 눈앞에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만 보지? 뚫어지겠어.”
 
“그런 거 아냐.”
 
“지연아, 네가 고생이 많다. 이렇게 밝히는 애랑 만나느라…….”
 
혜림이 누나가 지연이 누나의 말을 거들더니 내게 얄미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밝혀서 좋아 죽으려고 했던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저런 말을 내뱉는단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혜림아, 너도 갈아입을래? 옷 안 가져왔으면 내 꺼 입어.”
 
“그럴까? 트레이닝복 있어?”
 
“어. 따라와.”
 
이번에는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가 방으로 들어갔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유리 누나와 단둘이 남아있으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유리 누나와 시선을 마주쳐 혹시 유리 누나가 내게 뭐라도 물어볼까 두려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 다리 예쁘지?”
 
“네?”
 
“너무 쳐다보지 마. 지연이가 질투 할 지도 모르잖아. 혜림이가 질투하려나.”
 
“지연이 누나 다리가 더 예쁘거든요.”
 
“혜림이가 아니라?”
 
“혜림이 누나도요. 아무튼 누나가 젤 안 예뻐요.”
 
“네가 나한테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 이러다 네가 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나가 원하는 대로 할게요.”
 
“그래? 하라는 대로 다 할 거야?”
 
“네. 까짓 거 하죠, 뭐.”
 
“그럼…….”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유리 누나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하마터면 유리 누나의 노예가 될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혜림이 누나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유리 누나처럼 핫팬츠가 아니라 긴바지라 아쉬웠다.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맥주를 들었고, 유리 누나는 날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꺼냈다.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 해볼까?”
 
“무슨 얘기?”
 
“윤호 얘기.”
 
나는 노예계약을 맺자고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내 목소리는 한 톤 올라가 유리 누나를 다그치듯 말했다.
 
“제 얘기 할 게 뭐가 있다고 그래요?”
 
“넌 조용히 하고 있어.”
 
내게 매서운 눈빛을 쏘던 유리 누나는 지연이 누나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랑 윤호랑 사귀고 있고, 진원이랑은 헤어질 거라는 거지. 그럼 네 마음속에 진원이는 확실히 없는 거지?”
 
“응.”
 
“정말 윤호 외엔 아무도 없는 거야?”
 
“어, 없어.”
 
유리 누나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좋아. 일단, 넌 여기서 오케이. 아니다. 그럼 언제 헤어질 거야, 진원이랑?”
 
“진원이 군대 갈 때까지 기다리려고…….”
 
“왜?”
 
“그게…….”
 
“아니, 됐어. 그편이 너희한테 좋겠지.”
 
유리 누나는 내게 시선을 옮겨 계속 말했다.
 
“너는 이런 상황 계속 유지할 거야? 내가 뭘 물어보는지는 알지?”
 
유리 누나는 혜림이 누나를 염두에 두고 물어본 것일 텐데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소연이 얘기인 줄 알 것이다.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가 듣기에도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둘러댈 수 있는 대답을 해야 했다.
 
“저도 정리할 거예요.”
 
“언제?”
 
잘 넘어갔나 싶었는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 당장 정리한다고 했다가는 지연이 누나가 이걸 빌미로 소연이와의 이별을 독촉할지도 모를 일이었고, 나중에 한다고 하면 유리 누나에게서 어떤 공격이 들어올지 몰랐다. 나는 손에 땀을 쥐며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입을 열었다.
 
“당장은 아닌 거 같아요. 깊어져서 상처가 되기 전에는 분명 정리할 거예요.”
 
“다른 마음 있는 건 아니지?”
 
“네. 그런 건 절대 없어요.”
 
유리 누나는 우리를 둘러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분위기 가라앉힌 거야? 이제 진짜 재밌게 놀자.”
 
“그럼 일단 다 같이 쭉 마시죠.”
 
“그래. 마셔.”
 
다들 맥주를 들이켰고, 나도 끝났다는 해방감에 거침없이 들이켰다. 유리 누나는 아까부터 얘기하면서 홀짝홀짝 마시던 맥주가 뱃속에 가득 찼는지 배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아, 배부르다. 맥주도 많이 마시고 욕도 많이 먹었더니…….”
 
유리 누나는 말끝을 흐리며 지연이 누나를 흘겨보았고, 지연이 누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치즈 어때? 맛있지?”
 
“짭짤한 게 괜찮네.”
 
지연이 누나의 반응을 보니 지연이 누나가 유리 누나에게 어떤 잘못을 한 것 같았다. 나는 그녀들의 대화내용을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지만 괜히 끼어들었다가 유리 누나한테 밉보여 다시 손에 땀을 쥐게 될까봐 꾹 참았다.
 
우리는 냉장고에 있던 맥주를 모두 거덜 내고 양주를 뜯기에 이르렀다. 맥주 몇 캔으로 취할 그녀들이 아니었기에 한참을 더 달려야 한다는 각오는 하고 있었다. 달리는 거야 자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결승점에 서 있을 거라는 데는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누구와 함께 있냐 하는 것이 문제였다.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갈수록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이 더해졌기에 마지막 남은 누군가와 거사를 치르고 싶었다. 그게 혜림이 누나라면 전혀 문제되지 않겠지만 지연이 누나라면 섹스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최악의 수인 유리 누나라면 내 자지를 외면하고 조용히 자야할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선배들과 술을 마시면서 지연이 누나가 취한 것은 두어 번 봤지만 유리 누나가 취한 것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혜림이 누나가 끝까지 남아있으리라는 것은 애당초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 자지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확률이 압도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나는 유리 누나를 한시라도 빨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혜림이 누나의 어젯밤 꿈 얘기에서 시작된 대화가 점점 음담패설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유리 누나가 있었고,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도 그런 대화에 익숙했는지 잘 따라가고 있었다. 내가 버젓이 옆에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또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듯 그녀들에게서 나란 존재가 느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코 큰 남자들이 거기도 크다는 말 절대 믿으면 안 돼.”
 
“왜? 민기는 크다며?”
 
“민기가 커서 나도 좀 믿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나이트 갔었잖아.”
 
혜림이 누나는 유리 누나를 부르며 유리 누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내가 같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려는지 유리 누나에게 눈짓을 하며 헛기침을 했다. 혜림이 누나는 날 완전히 잊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보다. 너무 무시당하고 있었던 탓인가 별 게 다 고마울 지경이었다.
 
“뭐 어때? 설마 민기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이르겠어?”
 
“전 못 들은 걸로 할게요. 계속 하세요.”
 
“당연히 그래야지.”
 
유리 누나는 내게서 고개를 돌려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무튼 거기서 부킹해서 나갔는데 걔가 코가 엄청 컸어. 나 큰 거 좋아하는 거 알지? 그래서 막 기대하고 있었지. 술 마시면서 슬쩍 만져봤는데 내 엄지손가락만한 거야.”
 
“에이, 설마…….”
 
“나도 내가 잘못 만진 줄 알고 다시 만져봤는데 정말 작았어. 내가 실망한 걸 눈치 챘는지 걔가 귓속말로 서면 존나 커진다고 하더라.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모텔 갔지. 근데 밑지는 건 그냥 밑지는 거야. 이 새끼가 세웠는데 민기 안 섰을 때랑 별반 다를 게 없어.”
 
“그래서 나왔어?”
 
“짜증나서 내가 완전 인상 쓰고 있으니까 큰 게 다가 아니라면서 자기는 테크닉이 죽인다면서 질질 싸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거야. 불쌍해서 해줬지. 근데 얘가 진짜 장난 아니더라.”
 
“그렇게 잘했어?”
 
“넣고 대여섯 번 움직이더니 쌌어. 장난 아니지? 진짜 면상에다가 침 뱉고 싶었는데 참았다.”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유리 누나가 안타까운 듯 쳐다보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다가 아냐. 진짜 대박인 건 이거야.”
 
“뭔데?”
 
“내가 걔 코를 잡으면서 ‘넌 코만 참 잘 생겼다.’라고 했지. 근데 얘가 내 손을 탁 쳐내는 거야. 기분 나쁘잖아. 그래서 노려봤지. 그랬더니 얘가 한다는 말이 자기 코 한 지 얼마 안 돼서 만지면 안 된대.”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웃었고, 유리 누나는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분한 지 이를 갈았다.
 
어쩐지 나는 웃기기도 하면서도 살짝 흥분이 되었다. 다 벗고 있는 유리 누나부터 시작해서 그 모텔 방 안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 상상속의 유리 누나는 탄력적이고 볼륨감 있는 몸매로 보지도 탄력이 넘쳐 그렇게 작다던 성형코 녀석의 자지도 꽉꽉 물어줬을 거 같았다.
 
“지연아, 윤호는 어때? 윤호도 콧대 높잖아. 성형한 거야?”
 
유리 누나가 갑자기 내 이름을 언급해 내 생각이 들킨 줄 알고 움찔했다. 그리고 유리 누나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성형한 게 아니란 걸 뻔히 알면서 뻔뻔스럽게 물어보다니…….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지연이 누나의 내숭이 또 나왔다. 전에 내가 지연이 누나에게 내 자지를 만지게 한 적이 있었기에 지연이 누나는 내 자지 크기를 알고 있었다. 툭하면 내숭떠는 저 내숭덩어리, 문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 안 잤어?”
 
“우리 사귄 지 얼마 됐다고…….”
 
“얼마나 됐는데?”
 
“이제 한 달쯤?”
 
“잘 때 됐네. 오늘 자.”
 
그래, 그랬다. 이제는 한 번 해줄 때도 됐다. 그리고 오늘 상황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유리 누나만 빨리 만취해주신다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당신이 너무 멀쩡한 게 문제였다. 우리가 자길 원한다면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입에서는 내 생각과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뭘 이런 얘길 해요? 딴 얘기해요.”
 
“그럴까? 혜림아, 넌 진구랑 어때? 자주 해?”
 
“가끔…….”
 
“난 민기랑 안 한 지 2주 넘은 거 같아. 내가 괜히 나이트 가는 게 아니라고.”
 
“민기한테 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권태기인 가봐. 민기랑은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민기도 그런 거 같고…….”
 
“좋아 보이던데…….”
 
“좋긴, 넌 다른 남자랑 해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어?”
 
여자들은 다 그런 것인가. 혜림이 누나가 다른 남자랑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렇게 시침 뚝 떼고 물어보다니 여자란 참으로 무서운 동물이다. 혜림이 누나는 날 슬쩍 쳐다보더니 말했다.
 
“요즘 들어 다른 남자랑 해봐도 괜찮겠다고 몇 번 생각해본 적 있어.”
 
유리 누나는 옅은 미소를 띠며 덤덤하게 받아들였지만 지연이 누나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지연이 누나는 화들짝 놀라며 혜림이 누나에게 되물었다.
 
“정말? 네가?”
 
“늘 그런 건 아니고 몇 번 해봤어, 몇 번.”
 
“한 번이라고 해도 놀라워.”
 
“그런가…….”
 
오늘은 어떤지 궁금했다. 오늘도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알아보려 하는데 유리 누나의 질문이 이어졌다.
 
“해본 적은 없지?”
 
혜림이 누나는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지연이 누나라면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모든 걸 아는 상태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유리 누나라면 분명 그 표정을 읽었을 것이다.
 
“당연히 없지.”
 
유리 누나는 혜림이 누나가 가소로운지 오묘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렇지? 혜림이가 그럴 리 없지.”
 
혜림이 누나는 대화내용이 불편했던지 드라마 얘기로 화제를 돌렸고, 그녀들은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나는 아까 확인하려 했던 것을 하고 싶었다. 과연 혜림이 누나가 오늘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알아보려고 다리를 폈다.
 
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혜림이 누나의 다리를 발가락으로 훑어갔다. 별로 재미도 없었고, 혜림이 누나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 같아 다른 놀이를 생각했다. 혜림이 누나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었는데 이것부터 풀고 싶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다리에 내 발을 걸어 힘을 주어 다리를 풀도록 유도하니 혜림이 누나가 눈치껏 움직였다. 다리를 쭉 펴서 뻗어버리는 혜림이 누나였던 것이다.
 
내 한쪽 발은 혜림이 누나의 다리 사이를 가르고 들어갔고, 발가락은 곧장 보지 부근을 긁어댔다. 혜림이 누나의 보지를 건드리고 있다는 상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지만 솔직히 감각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발가락의 신경이 둔해서인지 보지를 건드리고 있는 건지 다른 데를 건드리고 있는 건지도 잘 몰랐다.
 
유리 누나가 테이블에서 물러나며 소파에 기대어 앉는 바람에 나는 발장난을 그만뒀고, 유리 누나를 시발점으로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도 자세가 흐트러졌다. 혜림이 누나도 유리 누나 옆으로 가서 소파에 기대앉았고, 지연이 누나는 기지개를 켜며 벌러덩 누웠다가 천천히 일어나 다리를 쭉 뻗어 허벅지를 토닥토닥 거리며 가볍게 안마를 했다.
 
나는 지연이 누나 옆으로 가서 허벅지를 주물러주었다. 지연이 누나는 시원한지 고개를 젖히고 나의 정성스런 안마를 만끽하고 하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는 우리가 눈꼴셨는지 술을 마시자고 부추겼고, 우리는 다시 테이블에 둘러 앉아 한 잔, 두 잔 술을 비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