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대리운전 - 7부 3장

야오리 1,341 2018.09.13 13:48
<시월>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 날 가졌던 슬픈 여정(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라.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낡은 단청(丹靑)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하는 등불들이 어스름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창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감히 황동규님의 시를 읽어 보았습니다.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
시간이 살같이 흘러갔다.
행복하고 달콤하고 그리고 정말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갑자기 정말로 벼락처럼 내게 닥쳐온 이혼.
아내의 향수병.
이로 인해 시작된 남편에 대한 집착과
공교롭게도 이에 반하여 싹트기 시작한 의부증.
그걸 설명하자면
너무도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해도 상당한 인내심으로 채워야 한다.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어가는건 불 보듯 뻔한 일이고
그래서 서로에게 더욱 깊은 배신감과 상처만을 남겨주게 된다.
차라리 서로를 위해서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여자는 자신의 통제가 불가능하므로
남자가 버티던지 아니면 포기해야만 한단다.
버티기는 어려울거다.
뭐 결론은 그렇게 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이정도의 설명으로 늘 마무리를 짓곤 해야만 했다.
결국에 나는 아내와 아이를 한국 처가로 돌려 보내야만 했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고 다들 위로했건만
그게 어찌 내가 감당해야 할 운명이었는지…
다행히
아내는 한국 처가에 가서 상태가 많이 양호해 졌다.
어릴적 살던 시골 고향 처가에 가서 지내는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내에게 고향만큼 더 좋은 안식처는 없었나 부다.
이후 십여년을 바람처럼 어디든 정착하지 못하고
늘 휘돌아 다니면서 그냥 그렇게 적당히 버티며 살아왔건만
그래서 어느 한곳에 가만히 자리잡지 못해서
늘 불안하고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한 여자로 인해
나는 눈물겨운 행복에 겨워하고 있었다.
담배 한개피를 피워도
결코 절반을 피우지 못하고 내던졌다.
다니던 직장에 적응이 안되 결국 스스로 사표를 던져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삼년을 버텼다.
군대 삼년 버티는 건 그나마 국방부 시계라도 바라볼 수 있었지만.
내가 버티는건
그냥 눈감고 버티는 것 이었다.
내일…
내일이 오긴 오겠지…하고 말이다…
가을이 오고 있었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있었다.
황동규님의 시처럼 그렇게 가을이 오고 있었다.
갑자기 다가온 행복의 조건들이
내게는 말 할 수 없는 불안의 씨앗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도 떠날거라는 불안.
너무도 갑자기 다가온 행복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늘 가슴 속에 불안이라는 불씨를 안고 다녔다.
혜원이는 나보다 더 많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었다.
안고 산다…
그래서 그녀에겐 늘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녀만의 공간.
나름대로 확보한 그녀만의 시간이던 장소던
그런 것들에 대한 집요한 집착을 보면 알수 있었다.
나는
내 아내에게서 처음 그런 모습을 발견했을때
너무 깔끔을 떠는거 아니냐고
혹은 결벽증이 좀 있는 것도 그렇게 나쁠건 없지…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게 좋게 넘어가면 그냥 넘어가는 인생이고
그렇지 않으면 꼬이기 마련이다.
대부분 그냥 넘어가는 경우이겠지만…
혜원에게서
가슴 섬찟하게 느낀 것이 처음 가졌던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난 그녀만의 공간..
그것이 안으로 파고 드는 것이 아니고
남이 봐 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흔들의자는 아주 좋은 치료제라고 의사가 말했었다.
아내에겐 넘 늦은 치료제였지만..
흔들의자에 앉아서
생각하고 바라보고..
그 두가지만 해도 마음의 상처는 많이 치료될 수 있었다.
어차피 상처는
자신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맨 처음에드러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나는
혜원에게서
아내의 모습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내 잠재의식 속에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무리 본인이 부정하고 있어도
그래도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녀에겐 받아줄 땅이 있는 곳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여기 캐나다는
빙하가 밀고간 척박한 지질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어차피 혜원이는 돌아가야 한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그게 두려웠다.
섹스 중독증…..
혜원이와 나는 그 지경이 되도록 서로 미치도록 섹스에 열중했다.
어디서건
어떤 시간이건
섹스를 시작하면 결코 한두번의 오르가즘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몸이 다하는 체력의 극한 순간까지…
그렇게 마지막 한방울이 느껴지기까지
그렇게 서로에게 정성을 다해주었다.
어차피 서로 원하는 것이었으므로…
[ 이야기가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그게 다 술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토론토 블로어 한인거리를 돌아다니다
마침 뼈해장국을 하는 곳을 발견하고 거기 들어갔습니다.
뼈해장국 한그릇에 소주를 두병이나 해치우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두서없이 이렇게 속 이야기를 털어 놓아 버립니다. 그려….
원래 뒤돌아 보지 않는 모토라서…그냥 이대로 올려 봅니다.
야한 섹스 이야기를 기다리는 젋은 아저씨 아줌마들!
다음편에 기다려 주시죠… 머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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